티스토리 뷰

어제 오전에 갑자기 회장님 연설이 있으시다고 11시 30분에 모이라는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저희 회사는 회장님이 워낙 뭘 나누는 걸 좋아하셔서 작은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있을 직책은 다 있습니다. 예전에는 관리자들이라도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20명 정도인데 차장, 부장, 이상, 실장, 상무, 전무, 부사장, 비서 다 있습니다.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이런 회사에서 감투하나 쓰고 있지 않다는게 신기한 것이죠.

저희 회장님이 주최하는 연설은 딱 두가지의 이유 밖에 없습니다. 상여금이나 급여 인상 같은 생색낼때, 그리고 회사의 전반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정신 교육입니다. 근데 요즘들어 회사가 어렵긴하지만 저희가 뭐 어떻게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어서 굳이 저희 한테 한 소리 하실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 어려운 시기에 금일봉을 주시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바쁜 일상이라 11시 30분 모임까지 다시 생각 할 시간도 없이 지나고 아무 생각도 없이 회장님의 일장 연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 회장님은 크리스챤입니다. 정말 열정이 넘치시죠. 5시에 일어 나셔서 1시간 정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시고 저희 회사에는 각 개인마다의 성경이 다 있습니다. 몇몇 신도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챙기 않지만 말입니다. 작년까지 2년 정도는 1주일에 한번씩 기도회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종교를 권하셨습니다. 자신은 강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권력의 밑에서는 강제 처럼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종교를 차별하거나 미워하진 않지만 이렇게 너무 들이대는 것도 상대방의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 될때가 많습니다. 전도라는 명목이지만 상대방도 존중할 수 있는 종교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교를 가지지 않습니다.

회장님이 기도로 연설을 시작했다는 소리를 하려다가 잡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아멘으로 기도가 끝나시고 관리 실장님이 오늘의 아젠다를 발표했습니다. 오늘의 주 목적은 근속 사원 표창과 모범사원 표창이었습니다. 보통 하반기에만 실시하지 상반기에는 실시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 행사를 하는게 조금은 의심이 되었지만 뭐 표창 준다고 하는데 별 나쁠게 있겠습니까? 하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근데 급 반전이 벌어졌습니다. 모범사원 표창에 제 이름이 호명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상한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권력의 줄들과 벽을 쌓고 저 혼자 마이웨이 하는 중이었거든요. 회사 생활 해 보신 분들은 다들 느끼시겠지만 혼자 노는 놈한테 상이니 진급이니 이런거 절대 주지 않습니다. 자기 새끼들 챙기기 바쁘거든요. 저는 이런거에 조금 환멸을 느껴 그냥 월급 따박따박 받아먹는 재미로 회사다니는데 갑자기 표창이라니요? 의아했지만 거기서 머뭇거리면 회사 전체 분위기가 싸 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하고 받아 나왔습니다.

몇번을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 내가 받아야만 했나? 물론 상을 받아서 기분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겠습니까만, 하도 제가 많이 당해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부서하나 때주면서 부서장으로 추켜 세우고 자기들이 하기 싫은 일 전부 다 떠밀고 해서 부아가 치밀어서 몇번 대판한적이 많았거든요. 결코 저한테 호의적인 사람들이 아닌데요. 물론 예전보다 자기들 세력들이 많이 약해져 힘도 조금 떨어졌지만 자신들과 전면전을 펼친 적에게 상을 준다는 것은 누가 봐도 웃기지 않나요?

나중에 새로 오신 관리 실장님이 저희 회사에서 가장 부족했던 서류 처리 능력을 자신의 입맛의 맞게 처리하는 제 모습을 보고 모범사원으로 강력 추전했다는 것을 듣고 오해가 풀리긴 했는데, 정말 상 받고 이렇게 찜찜했던 하루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처리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상턱이죠. 이게 저희 부서만 모여 간단하게 회식할라고 했는데 전무님이 갑자기 뛰어들었습니다. 자기도 끼워달라는 강력한 제스쳐이죠. 솔직히 전무님이 끼어들면 견적이 3배로 늘어납니다. 상품권 30만원치 받고 50만원치 술값으로 나가게 되었네요.

솔직히 제가 회사생활을 잘했다면 이런 고민도 안하고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요. 제 회사 생활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후배들이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네요. 다음에 시간날때 그날의 전투들을 한번 회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런분 주위 사람들고 싸우지 말고 착하게 사세요.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