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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마눌님이 학교 소식지를 하나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소식지가 두장이었지요. 뭔가해서 봤더니 부모 참여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참석해야 한다고요.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참여 수업은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간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출장가지 않는 이상 다 참석한 것 같네요. 제 혼자만의 기억이라 틀릴 수도 있지만 제 기억에는 그렇네요. 물론 마눌님의 반강제적인 협박도 있었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해서는 그런 수업은 꼭 참석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6년째 가고 있지만 가서 시간이 아까웠단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도 참석하기로 하고 시간을 봤는데 거의 오전 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수업 하나에 50분 정도 밖에 안돼지만 우리는 아이가 둘이고 쉬는 시간까지 치면 12시 다되어서 끝나더라구요. 다행히 이어져서 망정이지 고학년이었다면 오후까지 기다릴뻔 했습니다.

회사에 잠시 사정을 얘기하고 마눌님을 데리고 학교로 갔습니다. 먼저 들어간 곳은 작은 딸아이의 수업이었습니다. 가자 마자 종이를 한장씩 나눠주더군요. [우리 아이는 OOO을 잘해요.]라고 아이의 이름과 잘하는 것을 몇가지 적는 종이였는데, 당연히 제출해서 선생님이 아이들 교육에 참조하는건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적고 수업을 경청했지요.

아직 1학년이라서 그런지 유치원 아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유치원 보다 많이 뛰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긴 있지만 말입니다. 선생님이 아직은 동요 얘기하듯이 부드럽게 얘기를 하시더군요. 순간 우리 어릴적엔 어떻게 했지 생각해봤는데 손수건 달고 코흘리고 맞은 기억 밖에는 없네요. 그런거에 비해서는 엄청 바뀌어 있었습니다.

수업 분위기도 상당히 따스했고, 칠판을 여니 대형 TV가 나오네요.(정말 놀랐습니다.) 학생 수도 적고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고, 선생님 개인 PC도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로 돌아가도 즐겁게 놀 것 같아요. 그냥 분위기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려다 보니 그런거죠. 아무튼 좋았네요.

그리고 어떤 동화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혀 주고 아이들이 거기서 느낌점이라든지 들었던 것이라든지 등을 물어 봤는데 전체적으로는 다들 발표를 잘했지만, 예전과 바뀌지 않는 것은 잘하는 아이도 있고 못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느껴던 것이지만 제발 우리 아이들이 이런걸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부 사회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 작은딸은 마눌과 둘이 있을 때는 바보라고 부르는데, 그래도 오늘 보니 나름 발표도 잘하고 해서 기분이 좋았네요. 구분은 하기 싫지만 그래도 우리 애가 잘하니 기분은 좋은 것 아니겠어요?

근데 시련이 왔습니다. 처음 써 놓은 종이가 선생님에게 제출용이 아니라 발표용이였던 것이죠. 물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시고 싶은 부모님들만 발표하라고 하시지만 우리 아이가 OOO을 잘한다고 듣지 못한 아이는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래서 처음엔 부모님들이 눈치를 보다가 끝에 가서는 서로 하시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제가 적고 마눌님이 발표하고 해서 무난히 넘어 갔네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딸아이와 잠깐의 포옹을 하고 아들 교실을 찾아 급하게 뛰어갔습니다. 아들 선생님도 이런 미션을 주신다면 미리 대비를 하기 위해서이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아들 선생님은 미션 따위는 주시지 않았습니다. 단지 선생님이 교직생활이 20년 정도 되는데 아버지가 2분이나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저와 한 아이의 아버지를 주목 시켜주셨죠.

참 우리나라 사람들 이런거에 정말 어색해 하죠. 외국 사람들 처럼 밝은 얼굴로 손 한번 흔들어 주면 되는데요. 저 역시 한국 사람이라 얼굴이 빨개졌네요. 우리 아이들은 커서 이런 어색한거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3학년이라 그런지 수업 내용이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똑같이 동화책을 가지고 하는 수업이었는데 TV 화면을 통해서 동화를 틀어 주고 그것에 대한 원인 결과에 대한 것을 토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해보지 않은 종류의 수업이라서 상당히 흥미 있게 봤는데요. 3학년이 되니 역시 발표를 잘하는 아이와 아닌 아이의 편차가 커졌습니다. 발표하는 아이만 발표하더군요. 선생님이 발표를 하지 않는 아이들을 많이 유도를 했지만 참여율은 저조 했습니다.

 

우리아이도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 생각했는데 계속 아이들이 틀리는 문제를 우리 아이 차례가 되자 자신있게 발표해서 맞췄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아이에게 들은 얘기지만 다른 모든 질문들을 다 이해하고 발표하고 싶었지만 부모님들도 와 있는데 발표해서 틀리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안했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우리 아이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계속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잘 안되네요. 선생님께도 이 내용을 격려하고 지도해 달라고 마지막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에 적었습니다.

정말 이런 수업이 있으면 부모님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몰랐던 아이의 장/단점을 더 느낄 수가 있거든요. 여러분도 기회 되시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아이의 인성 결정에 많은 역활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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