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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도전

180715 어머니와 장어

꼬까파파 2018. 7. 16. 09:03
3일전 할머니 제사에서 어머니가 제게 일요일에 시간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의 이런 경우에 둘중에 하나입니다. 일할게 있으니 도와달라는 것 하나와 어머니가 사라들을 불러와서 뭘 먹을테니 같이 오라는 것 둘중에 하나입니다. 근데 제가 요즘 주말에 바쁜걸 아시고 요즘은 별로 바쁜게 없는 철이니 당연히 후자겠지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후자가 택해졌고 메뉴는 장어 구이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당연히 좋겠다, 맛있겠다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왜냐 저희 어머니는 어마어마하게 하시거든요. 아무리 못해도 20명 정도는 올 것으로 생각되어 지네요.
저희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일반 가정집이 아닙니다. 분재업을 하고 계신데 그곳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거처를 지으시고 살고 계시죠. 물론 갈 곳이 없어서 그렇게 지내시는게 아니라 매일 출퇴근 하기 귀찮으시다고 농장에서 사시죠.
그곳에서 장어를 구워 먹는다 함은 숯을 30분이상 피워서 장어를 구워서 시간대 마다 오시는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죠. 물론 장어도 새벽에 가져 오는 것이라(마산 어시장과는 30분정도 거리기 때문 공수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신선하고 숯불에 기름이 쫙 빠져서 정말 맛있습니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건 여기 오면 빰 맞져. 그리고 그 장어로 어제 밤부터 끓인 장어국까지 기가막힙니다.

근데 그 기가막힌걸 누가해야 하느냐? 물론 우리가 해야 되죠. 물론 우리에는 저희 부모님도 포함입니다만, 어머니의 만족감을 위해 희생되어지는 것이죠.
어머니를 위해 그정도 할 수 있는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당해 본 사람만 압니다. 이번에 어머니가 산 장어가 15Kg이라고 하는데 Kg당 7마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원래는 엄청 두꺼운 놈으로 하셔서 70~80마리 정도인데 오늘은 100마리가 넘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오늘 기온이 36도 정도인데 그 땡볕에 숯불에 장어를 굽는 장면을요? 오늘 정말 죽다가 살아났네요.

솔직히 오늘은 저하나 희생하기로 하고 마눌님은 아프다는 핑계로 피신시켰습니다. 장어 굽는 것도 힘들지만   20명 정도의 손님을 받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물론 먹고 설겆이하는 공간은 에어컨이 나오지만 별 소용은 없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가면 또 그 많은 그릇을 다 설겆이 해야 됩니다. 제가 봐도 너무 끔찍합니다. 그래서 제가 총대 매기로 했던거죠.

이런 행사가 거의 분기별로 있습니다. 어머니의 취지는 친한 사람과 가족들을 위해 몸보신 음식을 대접하고 그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죠. 젊었을 때는 혼자 이 많은걸 다 처리하셨지만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벅차시는거죠. 그래서 며느리 힘이 필요한 것입니다.
며느리도 처음 10년 가까이는 헌신을 다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회의감이 든 것이죠.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하나 하고 말이죠.
사실 이렇게 준비하려면 인력도 많이 들어가고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밖에서 사먹는게 싸게 먹히죠. 실질적으로 먹는거만 하면 비슷한 금액이 나오지만 어머니는 부족한거는 절대 못 보는 스타일이여서 항상 많이 남아 온 손님들 품에 한가득씩 안겨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남습니다.
저희는 항상 말립니다. 왜 이렇게 미련하게 하시냐고 요즘은 이렇거 대접하면 먹는 사람들도 부담스러워 하신다고 그냥 이럴 기회가 있으면 사먹자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대접은 대접이 아니다. 밖에서 먹으면 사람들도 눈치 본다고 많이 못먹는다. 이렇게 친한 사람들끼리 뭉칠 기회가 얼마나 있겠냐? 이런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벌써 10년 가까이 듣는 소리라 외울 정도입니다. 물론 어머니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을 하는 주체가 우리 집안이라는게 문제지요. 조금은 이기적인 발상일 수 있지만 다른 집에서 이렇게 한다면 고생한다고 말리겠지만, 차려진 음식을 감사히 먹고 감사 인사를 지내겠지요. 저희 어머니도 이런점 때문에 이 행사를 버리지 못하시는것 같아요.
머가 옳다 얘기 할 수는 없지만 자식 욕심에 어머니가 편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 하시겠어요? 궁금하긴 하네요.
정말 더운 여름 날씨입니다. 건강 해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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